대형마트 새벽배송, 14년 만에 허용되나

2026년 2월 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2년부터 시행된 영업시간 규제가 14년 만에 완화될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형마트 규제가 왜 생겼는지, 왜 지금 완화하려는지, 그리고 쿠팡과의 형평성 논란은 무엇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대형마트 규제는 왜 생겼나

2012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

2010년대 초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급격한 확장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에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다음과 같은 규제가 도입됐습니다.

규제 항목내용
영업시간 제한자정(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금지
의무휴업일매월 2회(주로 둘째·넷째 주 일요일) 휴무
적용 대상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SSM)

규제의 명분

규제 도입 당시의 명분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 대형마트가 쉬는 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를 이용할 것이라는 기대
  2.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 보장: 월 2회 정기 휴무로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

왜 지금 규제를 완화하려 하나

규제의 역설: “쿠팡만 키웠다”

문제는 이 규제가 대형마트에만 적용되고, 전자상거래 업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2018년 새벽배송을 도입하며 규제의 반사이익을 누렸습니다. 대형마트가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못 하는 동안, 쿠팡은 24시간 주문·배송이 가능했습니다.

매출 역전 현상

그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연도쿠팡 매출대형마트 3사 합산 매출
2020년약 14조원약 28조원
2024년41조 3,000억원37조 1,000억원

2024년, 쿠팡의 연매출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3사의 소매판매액 합계를 추월했습니다.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4년간 제자리였지만, 쿠팡은 3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형평성 논란

정부와 여당은 현행 규제가 전통시장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쿠팡 등 플랫폼 대기업에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형마트에만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경쟁의 형평성과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

온라인 배송에 한해 규제 예외

개정안의 핵심은 전자상거래에 한해 영업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입니다.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가 수행하는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 행위(포장, 반출, 배송 등 포함)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즉, 오프라인 매장 영업 규제는 유지하되, 온라인 주문 처리와 새벽배송은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형마트의 잠재력

법 개정이 이뤄지면 대형마트는 즉시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유통사물류 거점 수
이마트약 100개
롯데마트약 70개
홈플러스약 290개
대형마트 3사 합계약 460개
쿠팡246개

대형마트 3사의 온라인 주문 처리 가능 점포는 쿠팡 물류 거점의 약 2배에 달합니다. 전국 단위의 촘촘한 새벽배송 그물망을 바로 가동할 수 있는 셈입니다.


찬반 논란

찬성 측: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 유통업계: 쿠팡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기회
  • 소비자 단체: 소비자 선택권 확대, 배송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향상 기대
  • 컨슈머워치: “새벽배송 허용을 환영하며, 의무휴업제도 폐지해야 한다”

반대 측: 골목상권 붕괴 우려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규제가 쿠팡만 키웠다는 핑계로 대형마트의 족쇄를 풀어주겠다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기업의 무한 경쟁 틈바구니로 밀어 넣는 무책임한 처사”
  • 민주노총 마트노조: “심야 노동에 대한 충분한 대책 없이 새벽배송을 허용하면 수많은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릴 것”
  • 소상공인 단체: “골목상권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쿠팡은 왜 규제를 안 받나

규제 대상의 차이

핵심은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대상입니다.

구분쿠팡대형마트
사업 형태전자상거래(온라인)오프라인 매장 + 온라인
유통산업발전법 적용미적용적용
영업시간 제한없음0시~10시 금지
의무휴업없음월 2회

유통산업발전법은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운영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방문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법의 사각지대

2012년 법 제정 당시에는 온라인 새벽배송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입법자들은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확장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후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습니다.


향후 전망

법 개정 일정

여당은 2월 6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다만 소상공인과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어 국회 통과까지는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쟁점

  1. 노동자 보호 대책: 새벽배송 확대에 따른 심야 노동 증가 문제
  2. 골목상권 영향: 규제 완화가 실제로 전통시장·소상공인에게 미칠 영향
  3. 정책 일관성: 한 달 전까지 새벽배송 근로시간 제한을 논의하던 정부의 입장 변화

결론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는 14년 된 규제가 변화한 유통 환경에 맞지 않게 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전통시장을 보호하려던 규제가 오히려 쿠팡의 독주를 도왔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골목상권에 추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쿠팡과 대형마트, 두 대기업의 경쟁 구도에서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인가입니다. 소비자 편익과 공정 경쟁, 골목상권 보호와 노동자 권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논의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